요즘 아침 저녁으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즐거움이 하나 생겼다. 바로, 충동 구매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비좁은 출근을 할 때도, 하루 종일 많은 사람들을 토해 내고 몸을 가볍게 한 텅빈 전철로 퇴근할 때도, 항상 이 책을 꺼내 읽는다. 오늘처럼 한 손엔 가방, 한 손엔 저녁을 떼우기 위한 버거킹을 들고 서 있을 때도, 어김 없이 집어 든다. 그럴…
깔때기 전문가가 되다. 포르노에 빠지듯.
이베이에 다니던 시절, 야심 차게 시작했던 일본 시장 진출이 무참히 깨진 바 있다. 약 6개월에 걸쳐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하던 일은, 부사장이 프로젝트 예산을 다시 가져가 버린 단 하룻만에 박살이 났다. 러시아발 환율 폭탄이 문제였다. 수출팀이었던 관계로, 당시 제1 우선순위 국가인 러시아에서 터진 환율 폭탄은 전체 팀을 존폐 위기에까지 몰아세웠다. 즉, 나의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의 일이었고 어떻게 보면 쿨하게 훌훌 털어내도 되는…
꼰대 고백 (1): “내 스타일대로 해”
얼마 전 링크드인(linkedin.com)을 서핑하던 와중에 재미있는 한국의 한 중견 기업 구인 광고를 봤다. 부장급 자리다. 신기해서 스크린을 캡처를 해 놓았지만 익명성(?)을 위해 눈길을 끌었던 부분을 아래와 같이 직접 옮겨보았다. 필요 사항 – 온화하고 겸손하며 합리적인 성품과 리더십 – 부서 간 조율 능력 및 경청 – 그룹 조직 및 관계사 간 소통 능력 온화하고 겸손하며 합리적이어야 한다니. 경청해야 한다니!…
내가 니 시다바리다 (3)
내가 니 시다바리다 (1) 내가 니 시다바리다 (2) 내가 니 시다바리다 (3) 이베이에서의 초창기는 어두웠다. 레벨도 낮았고 PM의 역할도 생각보다 한정되어 있었고, 자기 PR도 잘 못해 화려한 프로덕트를 맡지 못했다. 언제나 다른 PM이 진행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고 난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덕트만 맡아 무대 뒤에서 열심히 갈고닦았다. 묵묵히 밭을 가는 누렁이 소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프로덕트가 없다는 이유로 업무…
내가 니 시다바리다 (2)
내가 니 시다바리다 (1) 내가 니 시다바리다 (2) 내가 니 시다바리다 (3) 감정 조절에 실패했던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베이에서 굉장히 낮은 레벨의 PM으로 시작했다. 당시 약 10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대학 졸업 2년 차 정도로 입사했다. (이건 물론 입사 후 시간이 좀 지난 뒤 안 사실이다. 상대방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나의 인도주의적인 협상 철학은 무슨. 그냥 나의 어이없고…
Debate, Disagree & Commit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였다. 엔지니어 매니저, 엔지니어 두 명, 디자이너, 그리고 콘텐츠 전략 담당과 함께 두 시간 가까이 깊은 논쟁에 빠졌다. 결국 엔지니어 한 명이 끝까지 반대하다가 결론을 못 낸 채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금요일 늦은 저녁에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팀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그 엔지니어와 엔지니어 매니저에게 고맙다는 이메일을 따로 썼다. 두 가지가 고마웠다. 물러서지 않고 논쟁했다는 점. 그리고 끝까지 동의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