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이사 나온 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청소하러 잠시 왔다
텅 비어 있는 게 염하기 전에 발가벗겨진 노인 마냥 초라해 보인다
늘 그랬듯 애들 방이었던 곳부터 청소기를 들고 선다
자 이제 마지막 청소구나, 그동안 고마웠어,하고 말을 건네 본다
오랫동안 닿지 않았던 침대 밑이었던 구석까지 벅벅 밀어준다
집인지 청소기인지 나인지 우웅,하고 운다
울음의 끝에 그녀가 누워있다
뭐가 그리 편안타고 허연 얼굴로 누워있다
뭐가 그리 부끄럽다고 두 손까지 곱게 모았다
뭐가 그리 좋다고 살작 웃는 것 같기까지 하다
와 이뻐요 소녀 같아,하고 말을 건네 본다
오래 전엔 따뜻하고 고왔을 허연 손을 잡아 본다 쓰다듬어 본다
사람들인지 나인지 청소기인지 우웅,하고 운다
안방 화장실을 끝으로 청소가 끝났다
미처 챙기지 못해 굴러 다니던 머리핀이며 옷가지며 담다 보니 한 상자가 됐다
가슴팍에 딱 붙여 들고 대문 앞에 잠시 서서
깨끗하지만 텅 빈 집에 시선을 가득 채운다
대문을 꾹 닫는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 처음 정착할 때 살아 정이 깊이 든 아파트를 이사 나올 때,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라 쓴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