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힘 #1

보통 페이스북의 Product 조직은 PM (Product Manager) 한 명당 Engineer 대략 10명의 비율이다.  그리고 그 10명의 보스, 즉 EM (Engineering Manager)이 PM의 counterpart가 된다.

나의 파트너 EM은,

이렇게 생겼다. (사진은 전설의 이고르 보브찬친.  크로캅 형한테 멋진 하이라이트 선사하고 장렬하게 사라지셨지.)

러시아에서 왔고, 표정 변화가 많지 않으며, 아주 단도직입적이다.  결혼해서 아이가 하나 있는데, 어떻게 결혼했냐,라고 물었더니 이런다.

Well, I fxxxed her, it was good, so I got married to her.

이 친구 (이고르라고 하자)가 오늘, 나와 한 인도애가 만든 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고르: “도대체 이거 누가 컨펌했어.  이건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프로덕트야.  누가 이걸 클릭하겠어.  누구야.  디자이너가 누군지 말해봐.  내가 이야기를 좀 해야겠어.”

인도애: “음… 알았어… 내가… 다시 이야기 해 볼께…요…”

사실 이 프로덕트는 페이스북에서는 흔한 War Room (하루나 이틀 동안 피엠과 엔지니어, 그리고 필요한 경우 디자이너, 컨텐츠 작가 등등이 한 방에 모여서 집중적으로 한 프로젝트를 끝내는 행위)을 통해 만든 서비스였는데, 그 기간 동안 이고르는 아파서 참여를 못했었다.  아팠다고!!  그리고는 오늘 전체 엔지니어와 함께 프로덕트 현 상황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미팅 구성원은 이고르 밑의 엔지니어 7명, 이 프로젝트를 도운 가녀린 인도 여자애 한 명, 그리고 나였다.  이고르의 일갈에 모두 이 프로덕트를 진행한 나를 쳐다봤다.

이고르: “초이, 이거 어떻게 된거야.”

나: “끝나고 이야기 하자.  지금은 시간이 없다.” (##미팅 끝나고 따로 이야기하자,라는 뜻으로 Let’s take it offline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답을 모르겠을 때 아주 유용하…)

다행히 미팅 시간이 얼마 안 남았었고, 그렇게 일단 마무리했다.  거기서 그렇게 부딪혀서 이고르의 팀원들 앞에서 내가 이겨봤자 장기적으로 얻을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지면 머리 아파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몇 시간 후 이고르와의 1:1 (일주일에 두 번 시간을 정해 놓고 둘이 맞다이를 뜬다,고 하면 너무 살벌한데 그런게 아니라 1:1로 만나서 속 깊은 이야기도 하고 비밀 이야기도 하고 뭐 그런 시간이다)이 시작 됐다.  서로 여러가지 다른 일들에 대해 얼른 이야기를 끝낸 후, 자 이제 시작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오전에 있었던 미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고르가 먼저 선방을 날렸다.

이고르: “내가 War Room에 참여하지 못한 건 미안한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프로덕트 보자마자 피가 거꾸로 솟아 올랐어.”

나는 뒤로 한 발 물러서면서 피했다.

나: “이런. 왜.”

원래 상대가 공격할 땐, 원하는 만큼 공격하도록 놔두고 뒤로 물러서며 피하는게 첫번 째 전술이다.  정확한 카운터를 초반에 매섭게 꽂을 거 아니면, 이렇게 하는게 십중팔구 더 잘 먹힌다.  실탄을 다 날릴 때 까지 받아줘라.

신이 난 이고르가 원투스트레이트 레프트바디 콤보를 쏟아낸다.

이고르: “첫 째, 이걸 누가 다 읽어. 글이 너무 많다구.  그리고 둘 째, 원래 이 링크는 커다란 버튼으로 만들기로 한 것 아닌가?  이렇게 작은 링크를 누가 클릭하겠어.  전반적으로 이건 실패한 프로덕트야.”

나: “음.  그럼 어떻게 해야한다고 생각해?”

이고르 생각에 내가 코너로 몰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 발차기 공격이 들어왔다.  발차기는 성공시키면 치명적이지만, 동작이 커서 실패할 경우 상대에게 허점을 노출할 위험이 있다.

이고르: “만약 나라면 이걸 링크가 아니라 버튼으로 만들겠어!  아무렴 그렇고 말고!”

이런 종류의 논쟁에서 만약 나라면,이라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순간 칼자루를 뺏기기 쉽상이다.  첫 째, 상대방의 프로덕트의 허점에서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초점이 옮겨가기 때문이고, 둘 째 그 아이디어가 허점이 있다면 더 허무하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발차기를 살짝 피한 뒤, 묵혀뒀던 카운터를 날렸다.

나: “글쎄.  하나만 물어보자.  우리가 이 프로덕트를 만든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뭐라고 생각해?”

이고르가 정신이 번쩍 드나보다.  몸을 움츠렸다.

나: “사람들이 이것을 더 많이 클릭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일까, 아니면 클릭보다는 그 전의 컨텐츠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일까.  내가 보기엔 후자에 더 가까운데.”

이고르: “…”

나: “클릭을 많이 하는게 능사가 아니란 건 알잖아.  더군다나 만약 너도 나도 클릭한다면, 이 경우 그 요청을 다 받아내야하는 오퍼레이션 팀에 무리가 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고르가 바로 탭을 쳤다.  사실 이런 면에서 하여간에 참 화끈한 친구다.

이고르: “아 초이, 단방에 니가 날 80% 정도 설득시켰어.  잠깐 생각해보자.  그렇지 그렇지, 클릭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건 우리의 ultimate goal이 아니었지.  인정!”

그렇게 우리의 1:1은 화끈하게(?) 끝났고, 회의실에서 나오니 다른 엔지니어들이 눈치를 본다.  30분만에 전혀 달라진 이고르의 반응에 모두가 의아해하면서도 다행스런 마음으로 책상에들 고쳐 앉는다.

질문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어쨌든 너무 길어졌으니 나머지는 다음 기회에.

* * * * *

이 역시 2014년 12월에 쓴 글이니 약 4년이 된 이야기이다.  사실 그렇게 간단히 해결된 문제는 아니었지만 대략 이런 느낌이었던 기억은 난다.  일과 관련된 논쟁을 할 때, 바로 내 생각을 나누는 대신 상대방에게 질문을 던지는 편이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사례로 모아서 “질문의 힘” 시리즈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애석하게도 그 사례들이 기억이 안 난다.  나중에라도 나눌만한 사례가 있으면 후딱 쓰는 걸로.

이고르와는 그 이후 약 3년을 더 같이 일했고 이제는 서로 팀을 옮겼기 때문에 얼굴 볼 일은 없다.  지금의 EM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성격이어서 가끔 이고르의 화끈한 성격이 그리울 때가 있다.

물론 화끈함이란 건 과거형일 때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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