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니 시다바리다 (3)

내가 니 시다바리다 (1) 내가 니 시다바리다 (2) 내가 니 시다바리다 (3) 이베이에서의 초창기는 어두웠다.  레벨도 낮았고 PM의 역할도 생각보다 한정되어 있었고, 자기 PR도 잘 못해 화려한 프로덕트를 맡지 못했다.  언제나 다른 PM이 진행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고 난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덕트만 맡아 무대 뒤에서 열심히 갈고닦았다.  묵묵히 밭을 가는 누렁이 소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프로덕트가 없다는 이유로 업무…

Debate, Disagree & Commit

지난 금요일 늦은 오후였다. 엔지니어 매니저, 엔지니어 두 명, 디자이너, 그리고 콘텐츠 전략 담당과 함께 두 시간 가까이 깊은 논쟁에 빠졌다.  결국 엔지니어 한 명이 끝까지 반대하다가 결론을 못 낸 채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금요일 늦은 저녁에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팀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그 엔지니어와 엔지니어 매니저에게 고맙다는 이메일을 따로 썼다.  두 가지가 고마웠다.  물러서지 않고 논쟁했다는 점.  그리고 끝까지 동의하진…

압도해버렸다

1월은 지난 반기에 대해 서로 평가를 하는 달이다.   일을 잘 한 친구가 있으면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뭔가 불만이 있으면 털어놓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내 평가 시스템에 글로 써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나는 굳이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내 딴에는) 대화를 하는 편이다. 넌 정말 최고야, 이런 좋은 얘기는 아무래도 직접 만나서 해야 짜릿하다.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야 더더욱 만나서 두…

이 산이 아니네.

지도도 없이 산을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그러면 당신은 가장 단기간에 오를 수 있는 길로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옆 산이 더 높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황하게 된다.  더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 일단 다시 내려오거나 아니면 낮은 산을 계속 올라야 한다.  조금씩 조금씩 이미 한계가 정해진 정상을 향해. 커리어가 이와 비슷하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어느덧, 아…

사회적 기업도 ‘돈’이 최우선이어야

한 때 사회적 기업에 열광했었다.  돈도 벌고 사회적으로도 기여한다니, 사람으로 치면 얼굴도 이쁘고 마음씨도 좋은 오드리 햅번 같은 것이다. (세기의 연인이자 훌륭한 자선사업가였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비영리 단체와 비슷하되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장애인과 같은 취약 계층을 고용한다거나, 이윤의 어느 정도를 사회적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등의 여러 조건이 있다.  사회적…

내 임팩트 계산법

한 조직에서 근무하며 쓰는 시간은 주식 거래와 닮았다. 주식을 산다. (시간을 쓴다.) 회사가 잘 돼 가치가 올라간다. (일이 잘 돼 조직이 커진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졌다. (내가 낼 수 있는 임팩트가, 즉 나의 영향력이 커졌다.) 물론 이는 주식 호황기, 즉 조직 내에서 내가 성장해갈 때의 경우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아래와 같을 것이다….

피드백 주는 법

미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문화 중에 하나가 피드백 주고 받기이다.  시도 때도 없이 애비 애미도 없이 가차 없다.  최악의 타이밍은 생일 아침에 받은 피드백이었고, 최악의 내용은 PM (Product Manager)으로서의 자격이 없다,였다.  그걸 Engineering Director에게 들었다. PM으로 일하고 있는데 PM의 자격이 없다니.  원나잇 다음 날 아침, 당신은 남자의 자격이 없다,고 씌여 있는 쪽지를 읽는 기분보다…

가장 괴로운 5분

나는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한다.  이것도 아내가 불평불만을 토로해서 그나마 늦춘 것이다.  원래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그것도 일주일에 다섯 번이나. 물론 매일 아침 아이고 즐거워,하며 일어나는 건 아니다.  사실 그 반대다.  매일 아침이 알람의 snooze와 stop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며 시작된다.  Snooze 간격도 10분이면 너무 딱 맞아 떨어져 9분으로 맞춰놨다. 사실 영향력…

약점을 공개하다

아무리 남 눈치 안 보고 살아왔다고 말은 하지만, 솔직히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있다고. 특히 일할 때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가끔은 차가워 보여도 일처리만큼은 깔끔한 도시남.  그리고—이제는 클리셰가 되어버렸지만—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머리 속에 한 번쯤은 그려본 이미지이다. 이미지 메이킹이 많은 역할을 차지하는 이 곳에서 일하면서 더더욱 집착했다.  외국인 노동자라서 그랬으려나. 작은 실수라도…

새옹지마 #1

2012년 겨울이었다.  이듬해 계획을 짜던 중, 나의 보스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당시 나의 보스는 프랑스 출신의 아름다운 금발 여인이었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  이름은 실비아라고 하자.  불란서 악센트가 촉촉하게 남아 있는, 절세미녀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젊었더라면 반했을 것 같은, 그런 귀풍이 있으면서도 장난기 있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나에게 여러모로 은인이다. 이베이 초반, 다른 팀에서 낮은 레벨에 평가도…